지난 주에는 학회에 다녀왔습니다. 20회 MERA대회입니다. MERA( man environment research association)는 일본의 인간・환경학회입니다. 그동안 계속 미뤄오다가 개미마을연구의 일부를 발표했습니다.
학회는 도쿄덴키대학 센주캠퍼스에서 있었습니다. 센주캠퍼스는 마키후미히코(http://www.maki-and-associates.co.jp/)의 설계로 얼마전에 완공된 새 캠퍼스입니다. 오전행사로 견학회를 겸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봐야 집에서 전철로 20분도 안 걸립니다.
센주캠퍼스의 기본 컨셉은 지역 커뮤니티를 중시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철역에서 내리면 오래된 상점가들이 늘어서고 5분 정도 거리에 바로 캠퍼스가 등장합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의 대학은 담장으로 둘러 정문을 통해서 출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센주캠퍼스는 담장이 없습니다. 맞은 편 상가와 도로를 끼고 나란히 서 있는 캠퍼스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 건물이 사진처럼 도로와 맞닿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맞은 편 주택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 1층에는 이렇게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학교 건물과 건물은 동 사이에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기도 한데 이 브릿지가 공공도로 위를 지나가기 때문에 여러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학교 공간을 개방하는 것이 그러한 제약을 해소하는 방안 중에 하나였는지도 모릅니다. 원래 인근 지역은 좁은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주택지로 고령화율도 높고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높지 않습니다. 새로운 대학 캠퍼스가 공공적 역할을 부담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잘 될리가 없습니다."수업 변경 때마다 종이가 벽에 붙을 테고 내 방 블라인드는 내가 조절한다!고들 할 게 뻔합니다. 훔쳐갈 것도 없으면서 세큐리티장치들은 과도하기만 합니다. 학생들은 게이트를 넘어다니거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며 발을 동동 거릴 것이 분명합니다.
어쨌든, 첨단입니다. 첨단이 공간에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일이 앞으로 MERA가 할 일입니다.
6층에 설치된 외부 데크입니다. 조경은 특별히 유명한....누가 했다고 자랑합니다. 그 쪽은 잘 모릅니다. 요즘 트랜드에 맞게 깔끔하게 잘 된 것 같습니다. 종종 느끼는 거지만 저런 식의 조경은 평면으로는 멋집니다. 하지만 정작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쁘기만 합니다.
설명을 하는 사람도 MERA회원들도 대부분 건축이 전공입니다.
그래서 건축과 제도실을 둘러봅니다. 요즘은 설계실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도쿄대의 승리입니다.ㅎㅎㅎ. 제도판이 아닌 것은 당연하지만 책상도 작습니다. 개별 자리도 없습니다. 그냥 모형실 같습니다. 천정도 낮고...그저 그렇습니다. 그나마 특별한 게 있다면 6층 데크와 맞닿은 자리에 위치했다는 겁니다. 건축과 교수들이 마키선생에 압력을 넣은 것이 분명합니다.건축과 프리미엄입니다. 흡연율이 높아서 그런가 했는데, 스프레이 본드를 핑계로 삼았답니다. 영리합니다.
지진에 대한 대책이 기둥에 적혀있습니다. 뭔가 분리된 구조로 만들어진 판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느 곳은 따로 움직인다고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잘못 서있다가는 가랭이가 찢어진다는 뜻 같은데 너무 어렵습니다. 정확히 어디가 안전한지 그림을 그려주면 좋겠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니 어둑어둑합니다. 지역 개방형 대학 캠퍼스.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