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7, 2012

변별력

수능을 사교육 없이도 풀 수 있게 쉽게 내겠다고 한다. 매년 들어본 말인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슬로건 같기도 하고.
한편 동경대는 매년 칸또지역 출신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칸사이의 우수한 아이들의 머리속에 동대는 옵션 중에도 없다는 말도 들었다. 일본 애들이 유학을 기피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하면 실소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동대 프레미엄이 전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겠다.
수능을 쉽게 내면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들고 일어날 사람들이 있겠지만, 쉽게 내는 시험의 의의는 명확하다. '더' 잘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쪼개어 다른 일도 좀 하라는 것이다. 반도의 그 누구보다도 수능을 잘 푸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할 시간을 아껴서 운동도 하고 그림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사귀면서. 그러려면 우선 서울대 정원이 늘어나거나 서울대 프리미엄이 분산되어야 하겠지만 그건 학교가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미션이다. 그 연구실에서 학위받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라면서 다른 연구실로 진학했다는 누구의 말처럼 똑같은 조건에서 굳이 서울대를 가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이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그게 결국엔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힘들게 엘리트코스를 선택한 학생들의 가치를 높일 방법이기도 하다.
서클활동을 열심히 해도 수능은 만점만 받으면 되지 뭐. 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은 변별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변별기준이 다양해 지는 것을 뜻한다. 주로 정답맞추기 밖에 못하던 분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 누굴 뽑는게 정답인지 논란의 여지없이 한명만 후보로 올리라고 어리광을 피우던 것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