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4, 2012

방향감각

나는 방향감각이 없다. 지하에만 들어가면 길을 잃고, 네비를 켜고도 길은 돌아돌아가고 길을 가다 화장실에 들르면 어느쪽이 가던 길인지 못찾고 헤맨다. 네즈를 출발해 산보를 나갔다가 한참을 걷다가 오 이런 곳에 동물원이 다 있네. 하고 봤더니 우에노 공원이었고 오 이 골목 색다르고 좋은데 하고 자세히 봤더니 집앞 골목이었다.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방향감각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까지는 30년이 넘게 걸렸다. 

나는 가끔 내가 이해 못하는 것을 만나면 방향감각을 연상한다. 기가막히게 길을 찾아가는 아내나 지인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것이 너무도 당연해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듯이, 세상에는 월등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고 나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