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한자리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으면 문득 내가 아주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새로 커피를 내릴 수도 동전을 챙겨 자판기까지 걸을 수도 한번 참고 그냥 하던 일을 그냥 계속 할 수도 있다. 못참고 집을 나서면 금새 공기는 바뀌고 세상은 온갖 소리로 가득차고 머리는 하늘에도 닿겠다.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 시간이 즐겁다. 언제까지 이 시간을 누릴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서면서 이 한 줄의 기도를 올린다. 더 많이 기도하며 살 수 있게 그래서 내가 이 유한한 시간에서 오늘을 돌아보지 않을 수 있게 그러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맞닥뜨려도 실수하지 말고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하고. 생산하지 않는 하루에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괴감으로 괜한 커피가 늘지 않도록, 스스로 치는 이 고매한 쉴드가 더 튼실하고 오래갈 수 있게도... 잊지않고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