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7, 2013

[Let's walk to town] #1_根津_Nezu 1/3

동네로 여행을. 
1탄은 신우라야스를 소개할 예정은 그대로. 오늘 날씨가 반짝 좋아진 관계로 잠시 우리동네를 에피타이져로 소개해본다. 
우리동네는 도쿄도 분쿄구 根津_네즈.미리 고백하건데 살짝 반칙일 수도 있다. 준 관광지에 살면서 동네여행을 권하다니! 할 수도...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어디에 살아야 하는가. 의 기준으로 동네여행을 소개해야 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 동네의 가치는 팔학군이나 트랜드나 레미안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걷고 싶은 동네인지, 걷게 해주는 동네인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뭐 그렇다고 학군이 좋은 것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고 좋은 학교까지 걸어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는 그런...왓에버.

준비물

사실은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이 있다. 지도에 카메라에 지피에스에 메모장....근데 나열해 보니 아이폰이면 장땡이네. 참 좋은 세상이다. 특히 아이폰 어플 중엔 Gps에 기반해서 옛날 지도를 보여주는 훌륭한 녀석도 있다. 왜 길이 꼬불꼬불한지, 내 발 밑엔 뭐가 있는지, 보물은 어디에 많은지를 알려 준다. 여튼, 최대한 가벼운 게 좋고 카메라도 큰 건 들지 않는다. 최근에 가장 아쉬운 것은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한국에 가 버려서 혼자 다니려니까 심심하다. 아이들이 있으면 카메라도 큰 걸 챙기고 뻔뻔스럽게 렌즈를 들이대며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네 할머니들도 좋아라하고...여튼, 자판기를 의식해서 동전을 챙기긴 했는데 교통카드가 있다면 그것도 필요없다. 10여년 전에 주5일제가 유행하면서 증권가 찌라시 등에서 미래예측이 난무했었다. 레져관련 주식이 들썩이고 주말 별장이 붐을 이룬다는 등등. 지금의 캠핑 붐은 그 연장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등산복열풍은...음..노코맨트. 한국은 지척에 산이 있어서 참 좋다. 하지만 산까지 차타고 가는 건 또 좀 그렇다. 훌륭한 '점'들을 가지고 있긴 한데 그걸 연결하는 '선'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은 더 더 더 좋아질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늘 걷던 길을 걷는다 

제일 처음 동네 여행을 떠날 때는 먼저 늘 걷는 길을 걸어본다. 나도 아침마다 걷는 길에서 첫 사진을 찍었다. 아침마다 저거 쫌 괜찮은데 하다가도 늘 바빠서 지나치는 곳을 찾아가 보는 것이다. 한창 벗꽃이 날릴 때에도 저녁에 찍어야지 하고 지나치다가 결국은 잎이 파랗게 변했다. 그것도 나름대로 좋다. 참고로 학교 담장에 붙어사는 지라, 저것도 학교다. 도쿄대 야오이캠퍼스. 건물명은 모르겠는데 원자력 어쩌구 연구한다고 써놔서 괜히 가까이 안간다. 하하하. 부끄럽다. 내 생활반경이 좁은게 티난다.

이정표를 찍는다. 

나도 moves같은 어플을 갖고 있어서 어딜가든 지도에 자동으로 발자국을 찍어주기는 한다. 하지만 표지판은 꼭 찍어둔다. 문화재 안내문이나 유적지표시나 지도 같은건 됐다. 다시 읽어보지도 않을 것을. 표지판은 동네의 스케일을 알려주고 위치관계를 알려주고 또 멋지다.멋지지 않은가?

네즈의 큰 길 

큰 길이 입구다. 처음에 이곳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없어져도 그만인 이름없는 건물들. 이라는 것. 한국의 도시를 보면서 간판으로 뒤덮히고 함부로 지어진 삐뚤삐뚤한 벽들을 보면서 자괴감-내가 지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이 든 적도 있었다. 한옥을 부르짓고 집장사를 미워하던 철없는 학부시절 얘기다. 그런데 종로의 뒷골목이 남대문의 막 지은 건물들이 새롭게 헐리고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건물은 지어지면 생명을 갖는 하나의 객체로, 또 도시를 이루는 세포로 수명을 갖는다. 간판으로 뒤덮혔건 양식도 족보도 없는 건물이건 그렇다. 그들이 그들의 수명을 살고 세포로서 사명을 갖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의 총집합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이다. 네즈의 건물들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가?아무도 대답할 수 없다. 인사동을 통채로 헐어내고 전부다 딸기네처럼 만들어 놓으면 인사동이 인사동일까? 얼마전에 불에 탄 목조건물은 남대문을 그리 한 것처럼 복원해야 할까? 질문에는 답이 없다.

도로 확장이 예정되어 있다.

네즈는 도로 확장을 예정하고 있어서 그에 맞추어 길 양 옆의 건물의 밀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년도 전부터 그래왔고 10년도 더 뒤까지 그리 할 것이다. 그래서 신축을 할 때에는 도로의 확장폭만큼 셋백을 하도록 되어있다. 과도기에는 2,3층짜리를 도로변에 세운 곳도 있는데 도로 확장의 시기가 오면 그대로 잘라낼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건물의 셋백으로 만들어진 공간
그로 인해서 생겨나는 공간은 화단이 놓이기도 하고 대화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밀도가 높아진 건물 사이로는 옛 길이 연결되어 있어 그 안에 들어서면 비로소 네즈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편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