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2일. 이후 8주년이다. 찾아봐도 결혼식사진은 아이포토에 없다. 몇 장을 씨디로 받아서....어디에 있을까. 그때도 아이포토는 있었던가? 가물가물하지만 내 아이포토라이브러리는 2005년 신혼여행에서부터 시작한다.
여보. 생각나시나. 우리 처음엔 정말 설악산부터 얘기하다가 제주도를 거쳐 호주 돌고래 잠수함 어쩌구하다 결국 빠리로 떠났지. B급 동네여관이 그래도 자리는 잘 잡았다며 예약까지 해 놓고는. 빠리로 가자한건 무엇보다 나 학부1학년때 빠리를 두번이나 거치면서 걸어서 일주하는 도시가 너무 마음에 들었었거든.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고 어딜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냥 걸어도 너무 좋았었거든. 그래서 너에게도 멀지 않은 도시로 만들어주고 싶었지.

지금 사진을 넘겨보니 우리 사는 게 그때 신혼여행같다. 남들은 휴양지에 비키니에 푸른하늘과 투명한 바다를 찍어 오는데 우리 사진은 무슨 건축답사야. 그것도 이름이 붙은 거는 에펠탑 개선문 뿐이고, 죄다 뒷골목사진이더라. 그때부터 내 시선은 그쪽이었나. 배낭 짊어지고 떠나 한자리에 묵으면서 현지인처럼...
"생활"같았던 그 여행처럼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나보다. 남들이 자꾸 우리 사는 거 보고 그 "다음"은 어디냐고 물어대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어디"를 향해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이렇게 사는 겁니다. 하고. 비싼 공연을 위해서 숙박료를 아끼는 것도, 최종 목적지인 특급호텔을 향하다 잠시 머문 것도 베를린 프라하 빈으로 이어지는 여정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요. 하고.
"생활"같았던 그 여행처럼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나보다. 남들이 자꾸 우리 사는 거 보고 그 "다음"은 어디냐고 물어대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어디"를 향해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이렇게 사는 겁니다. 하고. 비싼 공연을 위해서 숙박료를 아끼는 것도, 최종 목적지인 특급호텔을 향하다 잠시 머문 것도 베를린 프라하 빈으로 이어지는 여정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요. 하고.
그래서 우리 걷다가 알만한 곳이 나오면 사진도 찍고 서로 아는 걸 자랑도 하고 너는 "화장실에도 갇혔었지".현지인처럼이 컨셉이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누가봐도 한국인 관광객인거 티나게 빨간 점퍼를 입고 온 네가 공공화장실 사용법을 몰라서 말이야. 개똥밭을 굴러도 내 덕에 지금 살고 있는 거니까 그 은혜를 잊지 말라고!
그러니 남들이 뭐 먹는지, 나보다 잘 먹는지 기웃거리지 말자고. 언제든 빨간 점퍼를 입고 벤치에 앉으면 그 자리가 빠리이고 여행이고, 그리고 신혼인거 아니겠니.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고 소신을 가지면 되는거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들은 미국인이었을까? 즉석에서 참 잘도 만들어 먹더라. 미국인 하니까 오르세미술관식당의 미국인 노부부가 생각나는구만. 내가 주문한 파스타가 슈렉이먹다남긴 것처럼 생긴거보고 비웃다가 자기들꺼는 고릴라 뇌처럼 생긴 스프라서 기절했던. 크크크.
저 때는 우리 딸 낳으면 빠리에 또 오자 약속했는데 요즘은 엉덩이에 뿔난 딸내미하고 지지고 볶느라 매일 앓는 소리지. 그런데 머리에 뿔이 난 게 누구게. 저건 뿔이 아니라 안테라라고 말했지. 우리가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면 아이들은 기가막히게 알아듣는다고. 아니면 가케고프타인가? 우리 약속대로 빠리로 한번 날아야지. 음..언제냐면...언제 거기서 학회라도 있으면? 흐흐흐.

예쁜 사진도 많은데 나는 왜 오늘 유독 이것들에 눈이 갔는지 알라나? 우리는 이미 사진이 아니라 공간을 보고 그 안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바로 저거. 나는 너의 저 표정에서 그 자리를 즐기는 네가 보인다. 말할 것이 있지만 말로 하기는 쉽지 않고 다소 불만은 있지만 행복감이 이기고 있을 때의 표정. 화장을 안해도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저 자리를 차지한, 가장 좋은 포즈가 아닌가. 하고.
여전히 학생같고 자주 실패하는 너이지만 나는 옆에서 그걸 보면서 안쓰럽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리고 그게 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치켜세워주고 싶다. 항상 팔을 걷어붙이고 선한 편에 서는 너를 지지하겠다. 멋진 마무리로 지금처럼 8년..이라고 쓰고 너를 떠올려보니 뭬야? 이좌식이! 하는 표정이 떠오르네. 크크크. 지금보다 윤택한 8년. 또 그 8년의 8년을 위해서. 우리 잘 하고 있다니까. 걱정 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