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취업여부가 졸업을 일 년 앞두고 미리 결정이 난다. 봐도 봐도 이상한 문화의 하나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죄다 똑같은 옷과 가방을 드는데, 특히 여자들은 카라가 커다란 흰 색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 정장과 검정색 가방을 들고 있어 한 눈에 봐도 구직자임을 알 수 있다. 계절이 크게 바뀌는 이 시점에 여전히 그 복장이라면 뭔가 잘 안되고 있다는 뜻인데, 우리 연구실에도 취활 중인 세 명의 동기들이 매일 같이 그 옷을 입고 드나든다. 누군 어디에 됐더라하는 얘기도 있지만, 설계 오타쿠인 후카이상이 전멸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도시개발 쪽을 노리고 있다고 푸념인데 논문도, 학교 스튜디오도 뒤로 미루고 담담하게 전멸한 스물여섯 앨리트청년한테 내가 해줄 말이 별로 없었다.
설계가 뭐 대수냐. 돈 많이 주는 부동산 회사들어가면 되지. 라고 말해주길 원했을까. 아뜰리에 가서 열심히 설계하라고 말한게 후회된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