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13, 2011

한미 FTA

한미 FTA문제로 세간이 뜨겁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꼼수다에서 FTA저지를 위한 방법으로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심지어 노래를 만들어 국민들이 좔좔 외우게 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에 그걸 들었을때 오, 기발한데. 시민은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그들은 우리의 눈치를 봐야하지. 하고 무릎을 쳤다. 그런데 가만, 며칠을 두고 더 생각해보니 좀 아닌것 같다. 우리는 그 비슷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6.25전쟁 때 남북으로 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일반인들도 그것에 휘말려 사상범으로 몰리고 처벌을 받았던 역사가 있다고 들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삽입된 그런 장면을 국방부였나, 전우회였나 어딘가에서 강하게 부정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어찌 없었겠는가. 친일파의 이름이 명단으로 공개되고 이름이 올라간 누군가의 손자가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는 뉴스도 보았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다른 생각들을 제한하고 벌하고 손가락질을 해 왔는가.
분단의 현실, 북한의 존재, 그리고 국가보안법과 같은 것들이 우리를 줄곧 반쪽짜리로 만들어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빨강을 좋아한다고 주장해서는 안되는 것. 마치 해리포트의 볼드모트처럼, 우리는 세상의 반에 대해서 말하거나 생각하거나 지지해서는 안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옥주현은 유관순누나를 희화화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고 미수다에 나와 한국을 비판한 외국인들은 협박에 시달렸다. 월드컵에서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한 심판을 지지한 신문선씨는 지금 어디서 뭘 하나. 친일은 친러나 친미나 아니면 그 이전에 중국의 주인이 바뀔때마다 모가지가 잘려나가면서도 명분을 주장하던 이 땅의 수많은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선택이고 판단이었다. 그 선택으로 그들이 자신들만 잇속을 차리고 동포들을 더욱 잔인하게 핍박하고....등등은 잠시 재껴두고, 그 선택과 행동의 결과가 지금의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따로 평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어떤 이는 침략자 일본인 한명을 죽이고 보복으로 마을 전체가 멸살을 초래하고 어떤 이는 침략자 일본인의 발바닥을 핧아주고 중요한 문화재를 고스라니 후세에 남겼을 수도 있다.-하하하, 좀 위험한 예인 것은 안다.뭐....논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다양한 각도에서 보자 이거다.-게다가 일본이 그 따위로 한심하게 나올 줄은 순수한 의미의 친일파들도 미쳐 몰랐을 것이다.
여하튼, FTA가 독인지 약인지는 잘 모르겠다. 온국민이 학습해서 그걸 알아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국회의원들 월급도 꽤 되는 걸로 아는데, 그런거 힘든거 열심히 공부해서 잘 결정하라고 주는 거 아닌가. 걔들 숙제를 대신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나는 반대다. 국민이 할 일은 뽑을 때 잘 할 놈 뽑고, 출근카드만 체크해서 월급을 주는 것,바로 사장의 일이다.사장이 사원들 뒤에 붙어 앉아서 오른손 들고 연필 쥐고 보고서라고 쓰고 5시간만다 기지개 켜고...하는 회사가 잘 되겠는가.
안다. 지금 뽑아놓은 애들이 알고보니 경쟁회사 지분을 잔뜩 갖고 있거나 실적내서 그쪽으로 옮기려는 애들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그런데 삼권분립이라고 해서 대통령 하나 국회의원 뭐 이런 식으로 뽑아놓고 뺑뺑이 돌리는 건 아니지 않은가. 국회의원이 그 수를 머리로 채우고 있는 것은, 또 그들 사이에 다양한 방법과 시스템으로 비율을 맞추고 경쟁하고 얽기고 섥혀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너가 할 일은 다 했다. 뽑았고, 부서배치했고, 출근카드 확인했다. 월급주고 회식도 가끔 쏘면서 잘하라고 격려하면 된다. 너무너무너무 중요한 거라 사장이 직접해야겠다 싶다면, 하필 그게 정말 FTA라면, 18대 국회 전체를 상대로 욕을 하던 비판을 하던 할 일이다. 막는 쪽에 왜 못막았냐고, 밀어붙인 쪽에 왜 밀어붙였냐고 하는 것은 집어치우고 말이다. 그게 우리사회가 다양성을 무기로 들고 '해서는 안되는'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또한 성역이나 특혜가 없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링 위에서 싸울 수 있게 되기 위한 전제가 될 것이다. 한명 한명의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자들의 이름을 걸어놓고 공개처형을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비극을 만들지 않겠는가. 올해 한창 유행했으니 한번쯤은 샌댈교수의 정의론강의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지지하는 그 카드가 정말로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옳은 것이 정말 최고의 가치인가를 망설여보지 않고 함부로 다른 카드를 든 남의 심장을 찌르는 것을 결의하는 사회에 나는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