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27, 2012

시.

시를 읽어도 감동을 몰랐다. 나도 쓰겠다고 거만함은 아닌데 뭐랄까. 거창한 계획이나 선언과 같은 감정이 늘 방해를 했다. 하면 하는데 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건 하지 못하는 것임을 이제 좀 알겠다.

더는 시를 쓰지 못한다. 시적으로 세상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걸으며 대화하고 그 안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늘 편지를 썼지만 지금은 모든게 숫자로 보이고 증거로 보이고 논문으로 엮인다.그렇게 엮어도 늘 이건 수필이네 학술논문이 아니네 하고 공격을 받는다.

한 줄을 쓰면 명제이고 두 줄을 쓰면 설득이고 세줄을 넘기면서 강요가 되는 논문으로 가득차 이 여름이 다 가는데도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는 딸내미한테 편지 한 장을 못쓴다. 

오늘은 엽서를 책상에 꺼내고, 앉았다. 점심을 먹기 전에 그림을 끝내고 가는 길에 기필코 우체통에 넣으려고. 

지인아 동인아. 이곳 아이들은 울음소리로 매미이름을 맞추고 전철의 연식에 흥분하고 몬스터를 하나씩 키운단다. 너희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