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버려라. 대통령은, 정치가는 가장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을 뽑아서 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직입일 뿐이다. 그것도 기능직이다. 그러니 개개인으로서의 국민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될 것 같은 사람을 지지하고 반대인 사람을 끌어내리는 데 집중하면 된다. 어차피 정치인은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구와 유권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애쓰면 그만이다. 국민의 수준이라는 것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그것도 개인의 이익에 포함된 항목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역사를 왜곡해가며 주변국을 괴롭히거나 비굴하게 번번히 무릎을 꿇거나 한다면 그것에 대한 의견이 선거에 반영될 수도 있 것이다. 다만 그것이 주는 이익이나 손해가 굉장히 잘 설명되고 공감되었을때,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을 국민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그또한 개인의 이익 산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항목은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왕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소위 천황의 존재는 신화에서 시작되었고 지금껏 그 혈통이 한줄이라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 한가지로도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졌음을 인정해주자. 왕이 존재하는 현대국가(라 쓰고 근대국가라 읽는다)는 어떤 사고 체계를 갖고 있나. 왕은 이렇게 말한다. 짐은 평화를 원하오. 미개한 이웃나라에도 평화를 가르쳐 주고 싶소. 그게 다다. 왕은 총칼을 들고 쳐들어가라고도 군사 몇을 이끌고 누구 목을 베라고도 창씨개명이나 위안부동원을 지시하지도 않는다. 잘못은 누군가가 하고 그는 수명을 다해 죽고 피해자는 잡을 멱살이 없다. 마치 집권여당의 실정을 욕하는 박근혜처럼 속는 기분은 들지만 딱히 꼬집을 수가 없다. 일왕도 일본 국민들도 버섯구름뒤에 숨어 피해자입네 하는 것이 다 그런 사고체계에서 나온 것이다. 여튼 대통령이 일왕의 사과 운운한것은 정말이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뭐라고 말해도 엄마욕했다고 죽자고 덤비는 사오정한테 진짜로 엄마욕을 할 필요가 있나? 한국은 굳이 말하자면 김구 컴플렉스 같은게 있는 지도 모른다.아직도 우리는 지도자동지를 찾고 있질 않은가.그런데 애국자의 탈을 쓴 정치가는 잔인해지기 쉽다. 나라의 근간을 세우겠다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독재하고 언론을 통제한다. 애국이라는 모토는 다른 가치 앞에 서고 처벌과 상벌의 기준이 된다. 그 자기주관적이고 실체가 없는 애국이라는 기준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애국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보이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머리가 길다거나 말투가 껄렁하다는 죄목을 붙여 삼청교육대같은 곳으로 끌고 갈 지도 모른다. 독재자의 딸이 막상 정치를 하면 잘 할 꺼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애국심이 있단다. 자기 이익을 돌보지 않을 사람이란다. 그런데 어쩌나. 그게 가장 나쁘다. 인간이 자기 이익을 자기 손으로 챙길 줄 모르고 시대의 사명에 답하려고 하면 사고를 친다. 이명박대통령도 사대강을 밀어붙일 때는 욕먹어도 정말 옳은 일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애국까지 가지 말고 그냥 자기 이익만 열심히 챙겼으면 그렇게 큰 사고를 칠 위인은 아니었다. 열지 않고 선을 그으면 절반은 죽어나간다. 민주주의보다 애국이 더 중요해선 곤란하다. 그런 나라는 개나 줘버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나라가 잘 굴러간다. 벌거벗은 임금님 읽고 감상을 물으면 다 같은 편인데 왜 이 얘기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손을 들고 나올까(쓰면서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