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27, 2012

이천십이년팔월이십육일.

어릴 때 친한 친구와 매일같이 놀면서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이렇게 자주 놀지는 못하겠지 하고 걱정한 적이 있었다. 떨어져 있어도 일년에 한번은 보겠지 100년을 더 살면 100번은 보겠지 하다가 지금은 일년에 백번은 보는데 앞으로는 평생에 백번이라니 너무 적자나 하면서 일년에 두번은 보겠지....로 나혼자 긴급 수정을 했던 기억도. 결국 지금은 일년에 한번은 고사하고 결혼식이며 출산소식도 건너 건너 듣기 일쑤인 '어른'을 살면서... 그러나 이 여름도 앞으로 몇 번. 이 풍경도 앞으로 몇 번... 지인이 동인이가 서로 치고박고 싸우고 뒤엉켜 웃고 떠들고 지지리도 말을 안 듣고 까부는 모습도 앞으로 몇 해. 몇 번을 볼까. 지인이 동인이가 무엇이 되어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표정으로 백년 뒤의 하루를 지낼까.
오래전에 받아놓고 유치해서 방치했던 일본 영화를 돌려보다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당신의 나라는 역사에 없네요.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래? 어차피 역사에서 사라질 나라라면 내 딸을 저놈에게 시집보내가며 건사할 이유가 없지. 하며 전쟁을 한다는....내용의.문득 인생은 무엇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아있고 싶은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선은 살아있어야지가 아니라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세상을 위해 죽은 용자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버려서는 안된다.묵념.
누군가가 가정주부의 노동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무력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그네들의 삶이 사실은 얼마나 가치있는가를 말해주고 싶었던 모양으로. 생활에의 예찬인가. 주부예찬인가. 예지에의 예찬인가...제목을 잊은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수필도 생각이 나고. 그런데 가만, 유아 천식으로 헥헥거리던 나 때문에 교편을 내려놓으셨다던 우리 엄마의 인생을 생각해보니 그것은 내가 안타까워 할 일도 뭐라 평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지 싶다. 모든 것은 이어지고 서로 연결되고 지금에도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빛이며 말투며 한 끼의 밥상까지. 나는 지금도 매번 엄마의 생각을 짐작하고 그 말투를 흉내내어 지인이와 동인이에게 말을 걸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한 오늘 하루.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 그리고 어쩌면 빈 손으로 돌아가는 오늘 하루도. 내일로. 그리고 더 먼 내일로. 그리고 또 더 먼 누군가의 내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사는 것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너무 잘알아서 잔뜩 화가 난 채로 지낸 하루도. 할 수만 있다면 이름을 붙이고 소중하게 눌러담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평화. 평화를 바래본다. 늘 이루어지는 기도를 붙잡고. 내일도 오늘처럼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지낼 수 있기를. 또 싸우고 울고 소리지르는 아이들을 볼 수 있기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