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18, 2012

그러니까 뭐. 투표하자고.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곧바로 6학년에 진학해 반장선거가 있었다. 당시 반장에 당선된 친구의 연설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도 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였다. 공부와 반장질과의 연관없음을 증명하는 일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고 '정'의 관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일은 내가 잘났으니 다 무릎꿇어!라고 말하는 구도였으니, 다른 후보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 질 수 밖에 없었다.

바보네 모자라네 아무리 말하고 도덕적 우위가 어쩌고 고매한 척을 해도 결국 지면 그냥 지는 거다. 미국은 말실수 하나로 훅 가더라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고 카운터를 날리니까 표가 모이더라 이런 말들도 마찬가지. 한국에선 씨알도 안 먹히고 욕쟁이할머니 찾아가 욕도 먹고 보통사람이라고 바보표정 짓고...그게 이기는 방법인 마당에 똑똑하다 정의롭다 자랑하면 뭣에 쓰나.이 지구에는 심지어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도 있으니...

나는 한 쪽을 지지하니까 객관적인 척은 하지 않을란다. 그치만 마지막 날인 만큼 이 연사 두 팔 벌려 외쳐봐도 될까? 새누리당은 재개발을 지지한다. 개인의 재산이 중요해서 재개발해서 재산이 늘어난다는데 그걸 국가가 나서서 말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건설 업체들의 뒷거래나 도시빈민들의 주거지 문제나 용역을 동원한 폭력행사까지 말할 필요도 없다.말하고자 하는 것은 재개발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전주에 가면 한옥마을이 있다. 모두가 아는 민속촌 말고도 전국 각지에는 실재로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전통마을보존지구가 있다.비싼 돈 들여 외국에만 다니지 마시고 찾아들 가 보시라. 내장공사를 새로한 초가집에서 한 가족이 1박을 해도 4만원이면 충분하다.서울에만 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 각지를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들의 지도에 당신들이 좋아라하는 마천루가 있나?그거 보러 동방예의지국까지 찾아오는 바보는 뭔가? 싸이가 아무리 강남을 홍보해도 당신은 당신을 찾아온 외국인 친구를 그곳에 데리고 가 뿌듯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단 하루의 일정이라도?

보수라는 말이 나는 웃기다. 북한이 없으면 자기 정체성이 없는 보수라니.북한이 먼저 굳건하고 그거에 대비를 해야 아, 그래서 보수...라고 끄덕여 진다.보수가 팔 걷어붙이고 하는 사업이 도시 인프라를 민영화한답시고 외국자본에 팔아넘기고 그 수익으로 한국의 마을은 부수고 동남아빌딩군같은 것들을 세우는 일이라니. 이게 나의 취향의 문제인가. 글쎄 취향의 문제인가?

한국이 자랑하는 한류. 뮤직비디오는 왜 허구헌날 일본로케를 할까. 시부야만큼 자주 등장하는 곳이 시모키타자와 다이칸 야마 그리고 네즈다. 아기자기하고 좁고 굽은 골목길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시우? 한국의 전통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일제의 잔재를 발견하곤 하는데,연구된 것을 찾아보면 하나같이 일본이 일부러 한국적인 것을 없애려고 했다고 주장들을 한다. 일제를 옹호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순수하게 내 견해를 말하자면 대부분은 '일부러'가 아니다. 그들의 마을이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놈들이 만들던대로 만들었을 뿐이다. 한국적인 것을 없애는게 주 목적이 아니고 일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 놓은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전통마을은 그보다 한 수 위이고 한 층더 깊고, 한 겹더 둘러간다. 지금 좋다고 우루루 몰려가 찍어대는 일본의 그것들보다 훨씬 더 눈물나게 우아하고 깊이있고 아름답다. 다 사라지고 없지만.

아파트를 비판하면 왜? 살기 좋고 편리하잖아. 말을 한다. 커뮤니티의 부재나 삭막함을 들어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그 편리함에 대해서 생각해볼까? 아파트가 만드는 편리함은 쾌적함 명료함 그리고 계량화이다.
-쾌적함:아파트 말고 좋은 집 제대로 지은 집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파트가 쾌적하다고 느낀다.수준의 문제이고 절대평가의 영역이기도 하므로 일단은 패스.
-명료함:분쟁이 없음이다. (층간소음분쟁? 잘 지은 아파트로 이사가시길.) 분쟁은 애매함에서 온다. 니 땅인지 내 영역인지 잘 모르겠으니까, 니 나무인지 내 낙엽인지 모르겠으니까 서로 치워도 주고 쓸어도 주고 안치우면 삐지고 서로 머리끄댕이를 잡았었다면, 아파트는 그런 문제가 없다. 물론 그게 문제이기도 하다. 오토락이 걸리는 아파트는 택배기사가 무거운 놈을 경비실에 놓고 가도 그러려니해야 하고 짜장면하나를 시켜 먹을래도 문을 두번이나 따주고 인터폰하고 그릇은 또 어디에다 내놓아야되나. 당신이 속으로 그정도쯤이야 한다면 그냥 그런 아파트에 사는 걸테니 패스. 하지만 좋을 수록 비쌀 수록 이게 점점 발전할 수록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지를 알고 나면 아파트의 발전을 마냥 지지할 수 많은 없을 것이다. 금연 아파트에서 파티라도 해 본 적 있는가? 손님이 30명이면 30번을 현관문을 열어주고 매번 인터폰누루고 문따기눌러주고 그 놈들이 담배를 핀다고 나갈 때마다 일어나서 열어주고...주거에서 애매함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계량화:한국은 이사하기 참 좋다. 가구는 싸이즈가 딱딱 맞고 이사한 첫 날도 전에 살 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런데 어떤가. 연령 성별 가족구성 직업 학벌...몇가지 정보만 가지고도 한국인은 대략 어느 정도 집에 어떤 평면도에 화장실 수 옷장 수 자동차종류가 나온다. 좋냐? 이게 좋아? 그게 계량화다.

미안. 딴 애기가 길었다.진보가 지금의 주거의 빈약함을 저속한 도시문화를 진보시킬거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보수주의자인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보수라면 마을을 보수해서 살아야하지 않겠나. 기존의 가치를 보존하고 개인의 역량을 존중하고 그 의견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적용하는 정책을 지지해야 하지 않겠나? 개인이 싫다는데 전체로 묶어서 평지로 만들어 버리고 개인과 개인이 애매함에서 만나는 것에 거대한 국가세력이 선을 그어 니꺼 내꺼를 나누어 버리고 개인이 사유재산의 행사를 주장하여 재개발에 반대하는데 쓸쓸하게 효율성이나 내세워 그걸 묵살하고... 그게 보수냐. 그 보수가 좋아라하면서 돈들여 가꾼 도시가 이거냐. 이거야?

그래서 내가 대통령하려는 겁니다. 라는 말은 박근혜씨는 이런 것들이 문제라는 거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그걸 인정하는지 그걸 계속 하겠다는 건지 확실하게 문장으로 말하는 순간 그를 지지하는 40%는 반으로 갈라져 싸워야 한다는 것을 지지자들은-사실은 속으로 모두들- 알고 있지 않느냐 말이다.그래서 지는게 이기는 멍청이전략이 지금 유효한 것이고...그거 하나는 인정해주마.

정신차리고.
북한말고.
우리가
"보"하고 "수"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으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