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1, 2013

내이름은 빠꾸.

저의 성(姓)은 박입니다. 일본에서는 빠꾸라고 불립니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문서를 쓸 때에도 빠꾸라고 씁니다. 간혹 어떤 박씨들은 굳이 박이라고 발음하고 정정을 시킵니다. 김치와 기무치현상입니다.



한번은 일본인 동기를 상대로 비밀얘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나 빠꾸가 아니고 박이야. PARK 공원 할 때 그 퐉. 시원찮은 얼굴을 하고 있기에 PARK을(를) 읽어보라고 시킵니다. 빠꾸.라고 대답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존이 어느날 자기이름은 존이 아니라 좐이야. 라고 합이다. 그래? 그건 미처 몰랐네. 미안해 존.이라고 대답합니다.다행히도 귀는 존과 좐을 구별하지만 존이나 좐이나 우리에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심지어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글은 만물의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다고  자랑하지만 사실 적지 못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쓸 수가 없으니 예를 들 수도 없습니다.

많은 의성어가 그렇듯이 우리는 문자의 지배를 받습니다. 미국 개는 바우바우거리고 일본 개는 완완거리고 한국 개는 멍멍하는 게 아닙니다.



맥도날드가 마크도나루도보다는 맥놜드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오히려 자기소개를 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잘 들리는 소리로 말하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 지 알려주는 게 낫습니다. 그나마 한국이름은 잘 발음해주는 편입니다. 한자를 안쓰는 동남아출신의 이름은 써줘도 못 읽습니다. 쓰는 이도 읽는 이도 불러도 대답없는 본인도 당황스럽습니다.

중국,대만 사람들은 더 복잡합니다.아예 한자를 일본식으로 발음해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왕씨가 자기혼자 왕이라고 해봐야 이제껏 많은 왕씨가 오우씨라고 써왔기 때문에 소용이 없습니다.박이 빠꾸가 되는 문제와 쿠사나기가 초난강이 되는 것은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고민은 같습니다.

한국도 예전엔 한자로 된 외국인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었습니다.풍신수길 등이 그 예입니다. 지금은 발음을 우선으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됐건 한국에 잘 알려진 일본이름 나까무라가 중촌으로 무라까미가 촌상으로 불리지 않는 것만해도 어딥니까. 다나까는 더 심해서 한국식발음은 다중입니다. 만약 내 이름이 다나까여서 한국에만 가면 야! 다중아!라고 누가 부른다고 상상하면 괴롭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일본 여자이름은 지금도 금자 은자 길자 투성이입니다. 괴롭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기무치를 김치로 애써 정정하는 건 오히려 김치의 고유성을 헤치는 사고 방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