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3, 2013

field research

설문지로는 간단히 시끄럽다고 느낀다. 상관없다. 조용하다고 느낀다. 라는 항목이 있을 뿐이다. 만약 어떤 문제상황이 있어, 그게 정말 문제상황인지를 알고 싶은 조사라면 조용하다고 느낀다에 동그라미를 친 설문지는 별 의미가 없다. 신뢰도가 낮다고 보는게 맞다. 다만 조용하다고 느낀다고 말한 사람의 성향은 조사해 볼 수 있다. 해당 시간대에 다른 곳에 가 있는 생활패턴이나, 더 큰 소음유발자이거나, 가는 귀가 먹은 사람이라거나..설문지로도 그 한계를 극복 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시끄럽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묻는다. 시끄럽다고 느낀 사람이 겹문을 달거나 조용히 하라고 항의한다면 의미있는 숫자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두가지. 시끄럽다고 느끼는 개인차이와 문제에 직면했을 때의 성향. 변수가 늘어날 수록 셈은 복잡하고 결론의 신뢰도도 떨어진다. 또 하나는 언어의 문제. 시끄럽다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데시벨이 높은 거거나, 부산하거나, 프라이버시 침해, 혹은 뭔가 불안한 분위기까지.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요소가 다르고 그에 따른 대처도 다르고 그 대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를 선호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질문에 답하기를 좋아한다. 잘 물어보면 잘 대답하고 좋은 대답은 의미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그런데, 한가지 특징이 있다. 나는 A라고 생각해요. 다들 B라고들 하겠지만.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생각이 유니크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의 생각을 짐작하는 버릇이 있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이야기를 더 진행해보면 결국 원하는 것은 B이고 정답은 A인 경우가 많다. B를 원하지만 그걸 말하기는 너무 노골적이고 A가 이상적이지만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경우다.
이러한 속성은 인터넷 게시판에도 종종 올라온다. 예를 들어 시월드를 욕하고 싶은 경우. 모두에는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지, 잘하려고 하는지, 왜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를 내가 말할 자격이 있는지에 할애된다. 판단이 흐려진다. 그리고 또 대부분은 의도된 불공평을 자행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평가받고, 대상은 그들이 하지 않은 행동으로 평가하려는 태도이다. 사실~로 시작해서 나의 선한 의도가 나열되고 이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을 덧붙인 대상자들의 만행이 서술된다. 한결같이 이거슨! 빙산의 일격이여~로 마무리된다.
인터뷰에 빚대어 보면 대상자는 하나로 압축되어 나는 A를 원하지만 모두가 B를 외치니 나는 A로 평가해다오. B의 이득을 챙기겠다. 쯤 되겠다.  들리기에 따라서는 인터뷰어의 뒷담화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좋고 나쁘다는 평가자체가 인터뷰에서는 금지다.
예를 들어 A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다. 재개발이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지만 내 이웃들에게는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재개발을 원하니까 어쩔수 없이 재개발이 될 것이다. 이게 B이다.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문자그대로 받아적고 그 배경이나 이유를 찾으면 될 일이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이런 류의 생각은 재개발의 실패와도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주민들은 A나 B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프레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다. 둘. 주민들은 A나 B중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다. 사실 틀린 답이란 건 없다. 현실세계니까. 셋. 주민들은 A가 정답이라고 여기면서 B가 줄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남의 탓을 한다. 결국은 A도 B도 선택하지 않은 주민들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주민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은 그렇다.
이야기는 돌고 도는데 그래서 인터뷰에는 설문조사가 병행 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설문지에 A나 B를 선택하고 동시에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도 적는다. 아니, 그렇게 설계해야 쓸모있는 설문지다. 동시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를 추적해야 한다.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은 필드에서는 더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