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16, 2013

매뉴얼 사회.


서울신문보도-“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드디어 매뉴얼의 등장이다. 아니, 당연히 있었겠지 그게 무슨 뉴스라고. 어느 공무원씨는 밤을 새가며, 그러나 매뉴얼대로 수당을 받아가며 그걸 만들었을 것이다. 사용폰트, 소프트웨어, 인쇄 규정 등을 엄수해가며. 

반응들은 매뉴얼로 문제가 해결될거라는 시각을 비판하거나 있어도 안되는 사람을 탓하는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매뉴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융통성이 우선되었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면 바보취급을 받았고 규제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웠고, 그런 조직을 경직되었다고 손가락질 했다. 그 융통성이라는 것의 업적이 결코 작지는 않았다. "빨리빨리"는 한국을 이만큼 성장시켰고 그 힘에 감사하라고 구호를 외친 세력이 2013년도에도 정권을 잡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참 불편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줄서기 문화다. 한줄로 서기 운동이라는 것이 10여년 전부터 있어왔는데 여전히 자리를 못잡고 있다. 군대의 줄서기 문화가 해마다 유입돼서 그런걸까?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결과가 너무도 다르다. 유사한 것으로 "아"다르고 "어"다른 문화도 있다. 물건을 살 때는 다른 속성때문이 아니라 정가만이 기준이면 편하다. 말을 잘하면, 내가 잘생기면, 주인이 기분이 좋으면 가격이 싸지는 가게에서는 그렇지 않은 구매가 아니었는지 사고 나서도 마음이 찜찜하다.

매뉴얼은 종종 경직된 규제로 폄하되지만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작은 수준의 노력이기도 하다. 매뉴얼의 국가로 두번째라면 서로운 일본에 살아보니 나만 손해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받아야 할 것은 알아서 받게 되어있고 줄에  서 있으면 공평하게 차례가 돌아온다. 그러한 신뢰가 생기면 거절을 받아도 포기가 쉽고 규정을 위반해 나만 혜택을 받겠다는 자세를 돌아보게도 된다. 

또 일본어에는 '다메모토'라는 말이 있다. 무리인 줄  알지만 시도는 해본다는 뜻으로 쓰인다. 공정하게 거절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더 얻을 것이 있는지 노력해 보는 것"이 손해볼 일은 아니다. 결국 매뉴얼이 보편화되면 매뉴얼이 나를 "막는"수단으로가 아니라 나에게 최소한을 "가르쳐주는" 지침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뉴얼로 움직이는 사회는 그래서 공정하다. 

공항에 줄을 서면 아이가 있거나 임산부는 줄을 서지 않아도 일을 처리해준다(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럴 만 하니까 그러는 거겠지가 작용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그러한 새치기 행위가 작은 배려로 보여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매뉴얼의 힘이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매뉴얼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잘 만들고 잘 쓰는 매뉴얼이 먼저 존재를 해야 거기로부터 융통성이 발휘되고 창조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