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9, 2013

불과 싸우는 아파트(白鬚東アパート)

우리동네는 내가 지킨다.

국회의사당에 태권브이가 숨어 있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유사시에 나타나 시민들을 구해준다고 하던데, 왠만한 위기가 아니면 나설 마음이 없는 듯.일본에도 동네주민들이 위기에 빠지면 바로 변신해서 그들을 구해준다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바로 시라히게 히가시 아파트(白鬚東アパート).일본의 공영아파트로 세대수는 약 1060세대, 단지의 길이가 1km를 넘는 대규모 단지입니다. (세대수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찾아지는 대로 업데이트).1972~82에 걸쳐 과도하게 튼튼하게 지어진 아파트로 일본내에서도 방재단지라 하여 아는 사람은 안다는 곳입니다. 

방문은 스카이트리 완공을 기념해 설계사인 닛켓설계에 다니는 후배의 안내로 스카이트리 주변 마을 투어의 일관이었습니다. 스카이트리가 있는 쯔키시마(月島)에서 시라히게아파트가 있는 南千住까지 종일 걷는 일정이었습니다. 재미있는 동네를 많이 거쳤습니다.그 루트에 대한 기록도 곧 정리해 올릴 예정입니다. (벌써 1년..) 

 

시라히게 히가시 아파트(白鬚東アパート)

일본은 목조의 소규모 집합주택을 아파트. RC로 지은 소중규모를 맨션이라고 부릅니다. 시라히게와 같이 대규모단지로 되어 있는 것도 요즘은 맨션이라고 부르지만, 이곳은 70년대스타일인지 '아파트'입니다. 간판 디자인이나 조경 등이 예전 서울의 반포 주공스럽습니다. 

한국의 보통의 단지, 예를 들어 반포의 아파트단지만 보더라도 1km는 대단한 거리는 아닙니다. 세대수는 보통 3000을 넘어가지요. 하지만 시라히게단지의 배치를 보면 대단히 유니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배치도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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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공원의 안내도 입니다. 녹색부분은 공원이고 그 위쪽으로 일렬로 배치된 것이 아파트입니다.1km가 넘는 길이를 12개의 동이 길이로 연결되어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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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이미지 입니다. 지형에 맞추어 조금씩 틀어진 것과 아무래도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디자인적 노력은 보이지만 거대한 벽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뒷쪽으로 스카이트리가 보입니다. 얼마나 멀리 걸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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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트리에서 찍은 사진인것 같습니다. (무단으로;;;)

방재단지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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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지도입니다. 우측으로 보이는 마을에는 목조주택이 상당히 밀집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예전부터 지진으로 인한 화재피해가 컸던 지역입니다. 급기야 시라히게 아파트를 짓게 된 것은 지진에 의한 대규모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아파트 뒤로 보이는 공원이  대피소가 됩니다. 번져오는 불을 막기위해 시라히게 히가시 아파트가 나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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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날이 하필 마쯔리날이었던 터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피난시를 상상하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저런식으로 아파트는 각 동이 철문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을에서 달려나오는 사람들을 일시에 수용하기 위해 두 팔을 벌리고 맞이하는 모양새입니다. 참고로 저 사진의 뒷 쪽에는 지역의 신사가 살짝 보입니다.

스미다가와 신사(墨田川神社)

스미다가와 신사는 언제 만들어진것인지 기록은 없고 1872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되었다는 것이 알려져 있어 그보다 훨씬 전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단지를 계획하면서 100m정도를 이전해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신사로 이어지는 길이 단지를 관통해 있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아파트의 변신

몇 가지 장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세부적인 설명은 들은바도 없고 알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다행히도 방재단지의 개발이후로 실재로 피난하는 일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봐서 아는 것만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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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이는 것이 노란색 탱크입니다. 불이 번져오면 엄청난 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벽체를 식히기 위해 물을 담아두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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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으로 보이는 것이 셔터입니다. 마을에 화재가 발생하면 셔터가 내려옵니다. 아마도 파이프에는 물을 분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옥상의 탱크에 담아둔 물을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행 중에는 셔터가 내려온 것을 본 적이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하고....다들 오래 걸어서 정신이 나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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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아도 파이프와 셔터가 말려있는 모습 정도가 상상이 됩니다. 가로로 길게 늘어선 녹색의 설비가 안그래도 긴 매스를 더 길어보이게 만드는데다가 아무래도 실 생활에서도 이중으로 설치된 셔터가 눈에 거슬릴 것 같습니다.그렇지만 마을을 내려다보며 너희를 내가 지켜주겠어하는 뭔가 뜨거운(?)의지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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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쪽은 외부계단이 육중합니다. 평소에는 횡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재난시에는  동과 동 사이를 연결한 초록색 게이트가 자동으로 닫힌다고 합니다. (자동일꺼라고 믿습니다). 당시에는 모르던 만화지만 지금 보니 진격의 거인이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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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귀여운 수준입니다. 아마도 아파트 자체에 발생한 화재에 대비한 설비인 듯 보입니다. 이걸로 마을에 물을 뿌리는 것은...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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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의 위용입니다. 점점 더 진격의 거인 스럽습니다. "재난"을 매일 같이 의식하며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2000년대인 만큼 새롭게 리모델링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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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는 아파트입니다. 국회의사당의 태권브이 못지 않습니다. 불이 나도 괜찮아. 하고 마을을 향해 말을 걸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어찌보면 심하게 변태스러운 계획이 실현된 방재단지를 보면서 분노 비슷한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얼마나 불에 이력이 났으면 이런 걸 다 생각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한국이었다면 목조주택을 다 헐어 재개발을 했겠지요.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관련사이트

http://dhanow.ldblog.jp/archives/22344047.html-좋은 사진이 많이 있네요.

http://www.sumida-gg.or.jp/arekore/SUMIDA17/S017-2.htm-

방재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소개된 사이트.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물탱크에는 물이 있어서 셔터가 내려오면 물을 공급한다.

2.지하통로로 발전설비 비상용물탱크와 연결된다. 

3.24시간 방재센터가 있다.

4.피난공원(광장)은 10ha로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그들을 위해 1주일간 필요한 물, 의약품, 담요, 식사 등이 비축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