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잘 모르겠소만.
<구스타프 스토란델 사장님.참고로 사모님은 한국분이시라고>
어제 방문한 시설의 CEO는 스웨덴 분이었다.
"스웨덴 방식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라며 처음 일본에 도입하려고 했을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하고 물으니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당시에도 스웨덴은 복지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시설을 만드는 일에는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하지만 일본의 전문가들로부터는 '스웨덴 방식이 좋은 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맞지 않다. 공기 좋은 숲 속에 격리시키고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규' 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일본에서만 200개가 넘는 시설을 둘러봤고 전세계에서 '니들이 일본인에게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그 방식'을 보아왔다고 대답했다.한국과 일본 심지어 하와이의 작은 섬에서도. 그들은 한달에 400만원을 내고 격리된 시설에서 '안정'을 취한다고 했다. 게다가 스웨덴 조차도 60년 대에는 치매환자는 의사와 간호사에 둘러싸여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대체 어디서 '일본식'이라는 근거가 나왔으며 그게 일본에 적합하다고 주장하는가?라고 되물었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한국도 그렇고 물론 일본도 격하게 옆집에 노인・장애인 시설 세우지마! 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여전히 환자복을 입혀 격리된 침대에 꽁꽁 묶어놓은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아닐까.
재작년인가. 서울시가 한참 무료 급식으로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만약에 당시 한나라가 주장하는대로 차등화해서 소득순으로 하위 50%에게만 무료로 급식을 했다고 해보자. 50등이나 51등인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 영리한 51등은 회계사라도 고용해 기를 쓰고 50위가 되었을 테고 무지한 50등은 51등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무료급식을 "혜택"으로 보는 건 51등에게나 해당된다는 말이다. 한국사회를 지금으로 이끈 너희가 그 사회에 길들여진 50등에게 무료급식을 "자랑스러운 혜택"으로 보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는 더 이상하다.
그러니 애들 밥에다가 차등어쩌구 하는 단어는 붙이지 말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나를 비난하기 전에 복지 문제를 차등의 문제로 또 자격지심의 문제로 만들고 있는 것이 누군지를 먼저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얼마전에는 지역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어느 지역의 뉴스도 보았다.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기적이라고 욕만 하지 말고 새치기와 편법을 동원해 투기를 영리한 재테크라 부르고 집을 갈아타가며 남들보다 잘 되는게 성공이야! 라고 본보기를 보인 것이 누군지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복지"라는 단어를 "구걸"이라는 이미지로 먹칠 해놓고 님비를 하지 말라니...사회적 약자는 약해서가 아니라 강한 자가 밀어붙여서 약해지는 것이다.약자에게 약자를 존중하라고 억압하는 강자가 "사회정의" 의 탈을 쓰면 곤란하다. 결사반대라고 프랭카드를 써 붙인 반대파 주민처럼 차라리 그냥 대놓고 나쁜놈을 하는게 훨씬 정의롭다.
음. 얘기가 자꾸 센다.
한국의 유료노인시설을 조사한 분의 얘기를 들으니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고급시설에서는 치매로 진단을 받으면 입주도 불가하단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소위 "졸부"도 주민들이 거부한다고. 그 말이 맞다면 돈이 많아도 돈이 없어도 치매에 걸리면 (혹은 나이만 먹으면)갈 곳이 없는 한국이다.누군가는 여전히 한국은 유교사상이 근간에 있어 부모는 자식들이 모시는 미풍양속이 있다고....주장하겠지만.
결국은 인식의 문제다. 인식이 바뀌려면, 아니 인식을 바꾸려면 한국도 일본의 지난 10년과 같은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책을 구스타프사장님한테 추천받았다.)아마도 누군가는 이미 죽도록 열심히 뛰고 있겠지. 박수를 보내면서. 스웨덴 방식의 노인시설평면계획을 일본에 도입한 건축가의 책을 어제 손에 넣어 번역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게~건축 밖에 없다~......노래로 마무리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