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2, 2012

백설공주

백설공주를 가두고 나라를 장악한 여왕은 호화로운 파티를 계속하기 위해서 숲의 괴물로부터 지켜주겠다 속여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징수한다. 백성들은 어릴 때부터 괴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또 숲은 워낙에 위험한 곳인데다 숲을 다녀온 사람은 워낙 소수여서 다짜고짜 괴물로부터 지켜주마하는 호의에 대해 괴물이 아직 살아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세금을 내고 여왕을 지지한다.
문제의 본질은 숲에 괴물이 실재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다. 혹은 숲에 사는 그 무언가가 괴물인지 아닌지도 아니다. 괴물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가? 그 괴물은 정말 숲에만 존재하나를 먼저 물어야 한다.
괴물을 막겠다고 온 정신이 팔려서 백성들은 더이상 춤을 추지도 노래를 부르지도 않으며 맛있는 음식도 좋은 옷도 해 입지 않는다. 어둡고 더러운 도시에 살며 아이들은 괴물을 잡겠다고 서로 칼싸움을 하며 시도 풍자도 실종된 채로 매일매일을 버티고 산다. 그러나 삶을 '버티기'시작하는 순간 괴물은 이미 숲을 나와 우리를 덮친 것이 아닌가. 전쟁이 무서워 전쟁같은 삶을 택한 것은 아닌가.괴물이 존재할 때에만 권위가 인정되는 여왕에게 과연 괴물을 잡을 마음이 있기나 할까.
괴물이 있긴 해? 라고 묻기만해도 잡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여왕이 두려워 하는 것은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그 괴물이 아니다.여왕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힘을 잃고 백성들 처럼 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절대 못 먹게 된다는 패스트푸드처럼 자신이 지배하는 나라의 백성처럼 살까봐 벌벌떠는 여왕이라니...숲에 사는 괴물은 일곱난장이 일 수도, 원자폭탄을 가진 정신병자일 수도 있지만 백성을 지키는 자가 여왕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