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에 대한 건축계의 관심은 의외로 크다. 나도 사실 육아 문제는 대부분 공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외부공간이 일상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에서는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가 훨씬 완화된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세 살만 되어도 어린이 집에 보내는 것이 낯설지 않은데 낮 동안에 아이들을 탁아소에 보내는 엄마조차도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를 본다. 그것은 부모도 부모이지만 아이의 정서에도 공간의 문제가 이미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땅콩집이 붐을 일으킨 것도 젊은 부모들에게 이러한 공간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어필하는 부분이 컸다. 거실과 이어지는 안전한 외부공간과 입체적인 실내구성이 가능하다면 아이와 엄마가 모두 해피한 낮 시간을 보내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진 한국의 현실에서는 공동육아가 하나의 대안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내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있다.
(참고: 공동주택 소행주살이 )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공동육아 임대주택을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보자.
일본에는 육아를 테마로 한 민간분양의 주택이나 임대주택, 공동주택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다른 이유 없이 요즘 한창 배너광고를 하고 있는 업체를 찾아보았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곳이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아파트이다. 브랜드명이 엄마의 힘이 아니라면 공동육아를 테마로 하는지도 디자인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살짝 아쉽다.
컨셉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면도 크다.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나는 건너뛴다. (라임으로 만들어 보았다)
공용부의 이미지이다. 평범하다. 하지만 의외로 중요하다. 주민교류는 둘째치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좁은 현관에서 유모차에 태우고 큰 애는 신발 좀 신어라 싫다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나서기도 전에 스트레스다. 우리집 둘째도 한여름에 갑자기 털장화를 허락하지 않으면 할복을 하겠다고 드러눕기도 한다. 한국의 아파트가 점점 신발장을 기형적으로 키우는 것도 나는 불만이다. 현관이 현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저런 공용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낫다. 덤으로 유모차 주차장이나 아이들의 놀이터용품을 보관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믿어달라. 전문 용어로는 리빙 엑세스라고 한다(엄밀히 말해서 엄마의 힘이 리빙 엑세스를 도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거실이 외부와 직접 통하는 집이라면 육아 부담의 반은 이미 "공용화"된 것으로 보아도 좋다. 공용 정원과도 지능적으로 영역을 구분해 놓았다. 단지, 저 빨래 걸리를 사용하는 것은 아마도 계획적 미스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불을 널기를 좋아하는 일본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계획당시의 쓰임새로는 쓰이지 않을 것이다.
리빙 엑세스의 단편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보여주는 한 장이다. 사실은 반대로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더 낮아야 하는데...저건 무슨 거인이 서있는 것 같다. 하지만 컨셉은 그렇다.주민들이 항상 다니는 길목에서 실내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다. 고령자주택에서도 응용이 가능한 수법이다. 엄마와 아이가 1:1로 갇혀있는 것이 심리적으로 굉장한 압박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공간계획이다. (아이와 있다보면 확 집어던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를 자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내에도 배려가 돋는다. 엄마들은 모여서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모여서 조직을 만든다. 가변 벽체로 공간을 분할해 주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공간을 한정해주면 더 잘 모여 논다.굳이 다달이 월정액을 내가며 실내놀이터를 가지 않아도 된다. 공동육아의 장점은 아이가 아이를 보고 엄마가 엄마를 가르친다는 것이니까.
어린이가 있는 한국의 아파트를 보면 어린이 방이 따로 있는 집이라도 아이 용품이 거실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간이 시각적으로 분리되지 않으면 엄마는 청소하느라 힘들고 아이는 집중이 안되어서 힘들다. 둘 다 스트레스의 원인이된다. 입체적으로는 못하더라도 처음부터 공간의 분할을 염두해 두는 것이 좋다. 확장한 베란다를 활용하는 사례도 많은데, 차선책으로는 나쁘지 않다.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특별히 "엄마의 힘"이 잘 된 설계라고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광고만 봤을 뿐 가 보지도 못했다. (분양 사이트는 이곳: boriki) 하지만 구체적으로 주민들의 생활 장면을 셋팅하고 행동이 유발되도록 애쓴 측면은 참고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애물단지인 다세대 주택도 이제는 슬슬 테마를 가지고 리모델링을 할 때가 됐지 싶다(머지않아 붐이 일어날 것이다).여러 테마 중에서도 공동육아가 가장 다세대주택과 궁합이 좋지 않을까 싶다. 요 체크 항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