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6, 2013
한국인 노동자.
전철은 사람과의 거리 유지에 예외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밀착되어 몇 분을 동행하기도 하고 아무말도 없이 마주보고 서서도 그러려니 한다. 커플이 탔을 때는 둘 사이의 대화에 나머지 하나처럼 서서 듣기만 하는 제3이 되어야 하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책도 보고 자기도 하는...암튼 별난 공간이다.
지하철의 광고는 그런 별난 공간에서 시선을 둘 곳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지상으로 달릴 때야 풍경이라도 보지만 땅 속으로 달리는 열차안에서 눈 둘 곳이 없으면 뻘쭘하다. 요즘은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는 게 일상이 되어서 열차가 달릴 때는 인터넷이 안되는 일본의 노선에서는 역에 설 때마다 승객들이 동시에 오른 손을 눈앞으로 올리는 집단 칼 군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늘은 퇴근 전철에서 한국인을 봤다. 일본에 한국인이야 뭐 워낙 많으니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눈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한국어 기사를 보고 있어서 활자 중독인 내 눈이 저절로 반응을.... 한참을 그가 넘기는 기사를 눈으로 따라 보다가 문득 제3의 시선을 감지했는데...이건 뭐 완전 민족상봉이구만. 폭탄이라도 터지면 한국인을 노린 테러로 의심된다고 보도 될 판이었다.
그러다가 신문기사를 닫는데 바탕화면에 아기 얼굴이..... 외국서 고생하는 한국인 노동자 셋이 손 잡고 내려 맥주라도 한잔하는 장면이 스쳐갔으나...안타깝게도 내가 그런 캐릭은 아니고. 네즈역에서 내리면서 문을 가로막은 그들에게 잠시만요. 할 뻔 한 것도 무사히 넘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