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노력이나 능력으로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일까요?
뭐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파도입니다.
박사논문으로 홍대일대를 조사했습니다. 홍대의 주택가가 비주거형으로 전용이 일어나는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세대의 직장인들이 낙향해서 농사짓는 것을 꿈궜듯이 지금의 많은 직장인들이 마음 한 켠에 카페주인을 꿈꾸고 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재로 그들의 사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1년을 버티는 것은 보증금에 권리금때문이고 또 1년을 버티는 것은 사업수완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고, 또 1년을 버틴다면...필시 돈이 많은 주인장입니다.
정말로 먹고 살 만큼 벌어서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들이 버티는 동안에 만나는 수많은 파도가 그들을 그 세계 밖으로 계속 쓸어냅니다.
돈 때문에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성공하기가 힘듭니다. 돈이 벌리지 않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단돈 50만원에 자살하는 사람들의 뉴스가 가끔 나옵니다. 단돈 100만원에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죽기 전에 나한테 사정을 얘기했다면 저이자에 빌려줄 수도 있었을 텐데...하고 오지랖넓게 동정해 본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살하거나 살인을 하는 건 50만원 앞에 "단돈"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게 만드는 어려운 생활형편 때문이 아닙니다. 겨우 겨우 마련할 수 있는 500만원이 수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파도 50만원을 겨우 넘어서면 더 작은 파도 2만원, 3만원이 기다립니다. 그러면 뉴스에는 "단돈 2만원 때문에 자살"이라고 더 자극적인 제목이 실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이 파도라는 사실입니다. 벌리지 않는 그 상황을 버티기만 하면 또 잔잔한 대양으로 나가기도 하고, 더 높은 곳으로 나를 밀어줄 좋은 파도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 벌리지 않는 시기를 이겨내는 능력이 바로 그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에는 아주 작은 차이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축하합니다. 파도가 와도 잘 타고 넘으면 됩니다.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일을 하며 살고 있다면 한가지 팁이 있습니다. 그 일을 좋아하면 됩니다. 그 일을 좋아하기위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 하나는, 다른 것으로 보상받는 다는 착각입니다.
나는 하청이지만 큰 프로젝트의 일원이야, 내가 하는 일은 별 가치가 없지만 시간만 떼우면 책임질 일도 없는 일이야라는 생각은 좋지 않습니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게 돈을 벌게 해주지"와 같기 때문입니다.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려면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일에 집중하고 일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몰라서 안하는 거 아닙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시계가 아니라 나침반을 따라서 사는 거라고 그럽니다(7가지 습관..류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잘은...기억이...). 한비야의 책에 생각나는 부분이 있습니다..(역시나 정확히는 인용을 못합니다. 책도 없고...10년도 전에 읽은 거라...박사답지 못합니다. ) 중국인가에 갔을 때 가이드를 하는 현지인이 좋은 대학을 나온 재원이었답니다. 그 일을 하면서 자기의 능력보다 못한 일을 하는 것에 불만이 가득하더랍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한비야누나는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는 그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더 훌륭한 일을 하면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일에 집중하고 일을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로 향해 가는 그 길을, 그 방향을 좋아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 일은 나를 내가 좋아하는 일로 이끌어줄 유일한 길입니다. 늘 마음속에 그 나침반을 들고 그리로 조금씩 가면 됩니다.
바로 그 열정이 세상의 험난한 파도를 견디고 마침내는 우리를 대양으로 나갈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여러분~!
